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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의 신화: ADHD 두뇌가 동시에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멀티태스킹의 신화: ADHD 두뇌가 동시에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화요일 오후 두 시.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열려 있던 것을 그대로 적어본다. 코드 에디터, 디자인 파일, 슬랙 두 개의 워크스페이스, 메일, 유튜브 탭(소리는 꺼져 있었지만 자막은 켜져 있었다), 그리고 새 탭에 검색하다 만 위키 항목. 오른쪽 화면에는 작업 관리 앱이 따로 떠 있었다. 휴대폰은 책상 위에 엎어두긴 했지만 화면이 켜질 때마다 진동이 책상을 울렸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여러 일을 동시에 굴리고 있다’고 느꼈다. 코드를 짜면서 디자인을 검토하고 슬랙 답장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한 시간 뒤에 노트북을 닫고 일어났을 때, 끝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코드는 함수 하나를 반쯤 작성하다 멈춰 있었고, 디자인 파일은 댓글 하나만 달려 있었고, 슬랙 답장은 짧은 두 개뿐이었고, 위키 검색은 시작점도 잊어버렸다. 한 시간이 사라졌는데, 그 시간 동안 내가 실제로 한 일은 5초마다 다른 화면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ADHD 두뇌가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빠른 과제 전환이다. 그리고 그 전환마다 비용이 붙는다.

‘동시에’는 처음부터 환상이다

심리학에서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건 대부분 동시 수행이 아니다. 두 가지 일을 진짜로 같은 순간에 처리하는 건 극히 좁은 조건에서만 가능하고(걸으면서 껌 씹기처럼 한쪽이 거의 자동화된 경우), 인지 자원이 필요한 두 작업이 겹치면 두뇌는 둘 사이에서 빠르게 왔다 갔다 한다. 우리가 ‘멀티태스킹 중’이라고 느낄 때 실제로 일어나는 건 빠른 순차 전환이다.

이걸 어른 ADHD에서 실제로 측정한 연구가 있다. 38명의 성인 ADHD와 39명의 대조군을 비교한 2018년 ‘Behavioral and Brain Functions’ 연구는 과제 전환 실험을 두 종류로 나눠서 돌렸다. 하나는 같은 주의 세트 안에서 규칙만 바꾸는 경우, 다른 하나는 주의의 초점 자체를 함께 옮겨야 하는 경우. ADHD 집단은 첫 번째 조건에서는 대조군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두 번째 조건에서는 유의하게 더 느렸고 전환 비용도 더 컸다. 이 차이는 ADHD 진단 척도의 주의력 부족 점수와 r=0.405로 상관관계를 보였다. 풀어 쓰면, 주의의 채널 자체를 옮겨야 할 때 ADHD 두뇌는 더 비싸게 치른다.

어린이 대상 연구에서도 같은 방향이 측정됐다. 2012년 ‘Multiple Task Interference is Greater in Children with ADHD’ 연구는 PRP(심리적 불응기)라는 패러다임을 썼다. 한 자극에 반응하는 사이에 두 번째 자극이 들어왔을 때 두뇌가 생기는 처리 병목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ADHD 아동의 PRP 효과는 평균 384ms, 대조군은 313ms였다(p=0.02). 약 23% 더 긴 병목이다. 같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라고 했을 때, ADHD 두뇌는 그 사이에서 더 길게 막힌다.

task-switching의 일반적인 비용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한 적이 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건 한 단계 더 안쪽이다. 전환 비용은 단순히 ‘잠깐 멈칫’이 아니다. 매 전환마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남는다. 같은 다중 채널 처리의 실패가 회의 도중 누가 말하는 동안 단어들이 통과해 사라지는 청각 채널에서도 정확히 같은 모양으로 드러난다.

매 전환마다 주의 잔여물이 쌓인다

워싱턴대의 소피 르로이는 2009년에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주의 잔여물에 관한 논문을 실었다. 제목이 그대로 질문이다. “왜 내 일을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 답은 잔여물이다.

르로이의 정의는 단순하다. 주의 잔여물은 과제 A를 멈추고 과제 B로 옮겼는데도 과제 A에 대한 인지 활동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상태다. 워싱턴대의 르로이 페이지는 이 잔여물이 특히 두꺼워지는 조건을 정리해두었다. 이전 과제가 끝나지 않았을 때, 도중에 인터럽트로 끊겼을 때, 그리고 시간 압박이 있어서 ‘나중에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따라붙을 때.

실험에서 르로이는 참가자들에게 한 과제를 시간 압박 속에서 하다가 끝내지 못한 채 다음 과제로 옮기게 했다. 다음 과제로 넘어간 뒤에도 참가자들의 머릿속은 이전 과제에 묶여 있었고, 새 과제 수행이 떨어졌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 과제에 완전히 집중하려는 의도가 있어도 잔여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ADHD 두뇌의 핵심 문제가 보인다. 일반적인 사무직 환경에서도 잔여물이 쌓이는데, ADHD 두뇌는 두 가지 이유로 이걸 훨씬 자주 쌓는다. 첫째, 자극을 따라 과제를 바꾸는 빈도가 더 높다. 둘째, 끝맺지 못한 채 옮겨가는 경우가 더 많다. 지루한 과제 앞에서 도파민 회로가 잘 켜지지 않는 ADHD 두뇌는 자극을 찾아 다른 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새 탭을 열 때마다 작은 도파민 보상이 들어온다. 새로움 자체가 보상이라서, 두뇌가 그 미세 보상을 학습한다. 다섯 시간 동안 50번 채널을 바꾸면 50번의 잔여물 층이 쌓인다.

폴드랙: 분산된 상태에서 배운 건 다른 곳에 저장된다

전환 비용은 속도와 정확도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UCLA의 러셀 폴드랙은 2006년 PNAS에 멀티태스킹과 학습에 대한 fMRI 연구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일련의 신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분류 과제를 학습했다. 한 집단은 조용한 환경에서, 다른 집단은 동시에 고음 비프음을 세는 청각 과제를 하면서 학습했다. 학습 정확도는 두 집단이 비슷해 보였다. 차이는 그 뒤에 나왔다.

배운 내용을 새로운 맥락에 응용하라고 했을 때, 분산된 상태에서 학습한 집단은 훨씬 떨어졌다. fMRI는 그 이유를 보여줬다. 조용히 학습한 집단의 뇌에서는 해마가 활성화됐다. 해마는 유연하고 명시적인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분산된 상태로 학습한 집단의 뇌에서는 줄무늬체가 대신 활성화됐다. 줄무늬체는 습관 학습을 담당한다. 정보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 정보는 다른 시스템에 저장돼서 새 상황에 옮겨 쓰기 어려운 형태가 됐다.

폴드랙의 결론은 짧았다. “기억력을 가장 잘 끌어올리는 방법은 기억하고 싶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멀티태스킹 중에 한 일은 시간이 들었어도,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잡지 않는다.

한국어 임상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이건 영어권 연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과 의사 박종석이 정신의학신문에 실은 글은 멀티태스킹을 ‘주의 분산’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분산될 뿐이고,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것을 자기 탓이나 ADHD 의심으로 돌리는 건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신문의 또 다른 글은 MIT의 신경과학자 얼 밀러를 인용해 “우리의 뇌가 동시에 많은 일을 할 때 인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적는다. 그레샴 칼리지의 글렌 윌슨이 정의한 ‘인포매니아’ 연구를 함께 소개하는데, 집중하는 동안 메일이나 메시지를 함께 보는 사람들의 IQ가 일시적으로 10점 떨어지는 것으로 측정됐다. 동시에 멀티태스킹이 도파민 보상을 통해 ‘잘되는 느낌’을 주는 것도 짚는다. 느낌은 좋은데 실제로는 일이 더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간다는 게 핵심이다.

조성진 박사도 ADHD와 멀티태스킹에 대한 칼럼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멀티태스킹은 머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치매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표현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디지털 기기 여러 개를 동시에 쓰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정보가 기억으로 정착하는 걸 방해한다는 지적은 폴드랙의 fMRI 결과와 정확히 같은 그림이다.

여기까지의 그림은 분명하다. ADHD 두뇌가 동시에 잘 굴리는 것처럼 느끼는 다섯 가지 일은, 측정하면 다섯 가지 모두에서 더 느리고 더 얕게 처리되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감각은 새 탭을 열 때마다 들어오는 미세 도파민 보상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실제 산출이 그렇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회로의 출력은 바꿀 수 없지만, 회로가 마주하는 환경은 바꿀 수 있다. 세 가지가 가장 효과가 크다.

첫째, 한 번에 한 화면만 두기. 다른 탭, 다른 앱, 다른 창은 보이지 않게 치워둔다(꼭 닫지 않아도 된다). 화면 안에 두 개의 선택지가 동시에 보이는 것 자체가, ADHD 두뇌에 매 순간 ‘지금 이걸 계속할까 저쪽으로 갈까’라는 미세 결정을 강요한다. 그 결정이 매번 다섯 번씩 이뤄지면 한 시간 동안 수백 번의 작은 전환이 일어나고, 각 전환마다 르로이의 잔여물이 한 층씩 쌓인다. 보이지 않는 건 결정 대상에서 빠진다.

둘째, 알림 차단. 푸시 알림 하나는 5초짜리 인터럽트로 보이지만, 잔여물 기준으로는 다르다. 르로이의 실험이 보여준 건, 끊긴 과제와 시간 압박이 잔여물을 가장 두껍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알림은 정확히 그 두 조건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진행 중이던 과제를 끊고, “이거 곧 답해야 하나”라는 시간 압박을 머릿속에 심는다. 푸시 한 번이 다음 30분 동안 진행 중인 일의 작업 기억을 갉아먹는다. 알림을 끄는 건 시간을 절약하는 게 아니라 잔여물 층을 줄이는 일이다.

셋째, 다음에 할 일을 미리 ‘다음’ 슬롯에 내려두기. ADHD 두뇌에서 가장 자주 떠다니는 것은 지금 안 하고 있는 일들이다. “이거 끝나면 그거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그 자체로 작은 잔여물이다. 다음 과제를 명확한 자리에 적어서 내려두면, 머릿속에서 그걸 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자리만 정해주면 두뇌가 그 일을 잠시 놓아준다.

이걸 도구에 넣으면

내가 Ikoi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정한 화면 규칙이 여기서 나왔다. 집중 모드는 한 번에 딱 하나의 할 일만 보여준다. 옆에 47개짜리 목록이 같이 떠 있지 않다. 다른 일이 보이지 않으면 그 일은 매 순간의 결정 대상에서 빠지고, 잔여물도 새로 쌓이지 않는다.

다음 과제는 미리 ‘다음’ 슬롯에 내려둔다.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두 번 탭 한 번으로 다음 과제 하나가 화면에 올라온다. 다시 47개짜리 목록을 열어서 “다음 뭐 하지” 같은 결정을 하지 않는다. 그 결정이 미리 끝나 있어서, 매 전환마다 새 잔여물 층이 얇아진다.

그리고 모든 할 일에는 가장 작은 첫 걸음이 붙는다. “보고서 쓰기” 같은 덩어리에는 “문서 열고 제목 입력하기” 같은 구체적인 동작이 함께 적힌다. 첫 걸음이 구체적이면 다음 슬롯에서 그 일을 시작할 때의 마찰이 작아지고, 머릿속에서 그 일을 들고 있을 동안의 잔여물도 줄어든다.

ADHD 두뇌가 한 번에 다섯 가지를 굴리는 것처럼 보일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5초마다 채널을 바꾸면서 어느 하나도 끝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감각이 익숙하다면 멈춰 서야 할 곳은 의지 쪽이 아니다. 지금 화면에 몇 개가 보이는지부터다. 하나만 보이면, 두뇌가 그 하나에 머무는 게 쉬워진다.

자주 묻는 질문

ADHD인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뭔가요?
실제로 동시에 처리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과제를 전환하는 거예요. ADHD 두뇌는 지루함을 피하려고 자극을 따라 움직이고, 새 화면이나 새 알림을 열 때마다 작은 도파민 보상을 받아요. 그래서 겉으로는 한꺼번에 다섯 가지를 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5초마다 채널을 바꾸는 것에 가까워요. 소피 르로이의 2009년 연구는 그렇게 전환할 때마다 '주의 잔여물'이 쌓여서, 다음 일에 쓸 수 있는 인지 자원이 줄어든다는 걸 보여줬어요.
주의 잔여물(attention residue)이 정확히 뭔가요?
이전 과제에 대한 인지 활동이 다음 과제로 넘어가고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상태예요. 워싱턴대의 소피 르로이가 2009년에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발표한 연구에서 처음 이름 붙인 개념이고, 이전 과제가 끝나지 않았거나 시간 압박이 있었을 때 잔여물이 더 두꺼워져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다음 과제로 옮긴 뒤에도 이전 과제 생각을 끊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새 과제의 수행이 떨어졌어요.
ADHD 두뇌가 멀티태스킹에서 특히 손해를 보는 이유는 뭔가요?
전환 비용 자체가 더 크기 때문이에요. 38명의 성인 ADHD와 39명의 대조군을 비교한 2018년 연구는 주의 초점을 함께 바꿔야 하는 과제 전환에서 ADHD 집단이 유의하게 느리고 전환 비용이 더 컸다는 걸 보여줬어요. 어린이 대상 연구에서도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할 때의 처리 병목(PRP)이 ADHD 집단에서 약 23% 더 컸어요(384ms 대 313ms). 같은 횟수의 전환을 해도 ADHD 두뇌는 더 비싸게 치러요.
그러면 한 번에 하나씩 하면 진짜로 더 빨라지나요?
수행과 학습의 질 모두에서 더 나아요. UCLA의 러셀 폴드랙이 2006년 PNAS에 발표한 fMRI 연구는, 주의가 분산된 채로 학습하면 정보가 유연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대신 습관 학습을 담당하는 줄무늬체로 들어간다는 걸 보여줬어요. 정답률은 비슷해 보여도, 그 정보를 새로운 상황에 응용하는 능력이 떨어져요. 한 번에 하나만 하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시간에 끝내고, 배운 것도 더 잘 써먹게 돼요.
구체적으로 뭘 바꾸면 도움이 되나요?
세 가지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첫째, 한 번에 한 화면만 보기. 다른 탭, 다른 앱, 다른 창은 닫아두세요. 둘째, 알림 차단. 푸시 한 번은 5초짜리 인터럽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 분짜리 주의 잔여물을 만들어요. 셋째, 다음에 할 일을 미리 '다음' 슬롯에 내려두기. 그러면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다니지 않아서, 지금 하는 일에 쓸 작업 기억이 절약돼요.